`수의학교육 개편? 내 강의시간이 줄어드는 건 용납할 수 없다`
책임시수 불이익에 커리큘럼 조정 반대..의학계열 대학으로서 책임시수 면제해야
수의학교육 개선 시도를 막는 걸림돌로 내부 교수진의 관심 부족이나 반대여론이 꼽힌다. 가장 큰 반대요인인 책임시수 문제에 대한 10개 대학 공통의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9일 대전 아드리아호텔에서 열린 ‘OIE 권고 수의학교육 어떻게 수용할 것인가’ 토론회에서는 수의학교육 개선을 막는 요인들에 대한 각 대학 교수진의 토론이 이어졌다.
그 중에서도 손꼽히는 것이 수의대 내부 교수진의 냉담한 반응.
2014년 한국수의과대학협회(한수협)가 출범하면서 교육개선을 위한 대학 간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지만, 참여자는 일부 관심 있는 교수나 학장단 위주에 그친다.
나머지 대다수의 교수진은 수의학교육 개선에 별다른 관심이 없거나, 커리큘럼 개정이 불이익으로 이어질 경우 극렬히 반대한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문제로 ‘책임시수’가 꼽힌다.
책임시수는 각 교수가 일정 시간 이상의 강의를 담당하게 하고 이에 미달하면 불이익을 주는 제도다.
일반적으로 9학점 이상의 강의를 요구하는데, 전공과목의 밀도가 높은 수의과대학에서는 대학원 수업 등이 여의치 않으면 이를 만족하기가 쉽지 않다. 커리큘럼 조정으로 담당 교과목의 강의시간이 줄어드는 것에 민감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고홍범 전남대 교수는 “수의대 교수들의 책임시수가 교육개편을 저해하는 가장 큰 걸림돌 중 하나”라고 꼬집었다.
이 같은 반대를 잠재우는 커리큘럼 조정은 ‘압축’으로 이어진다. 본과4학년 임상로테이션을 신설하면서 각 과목의 강의시간을 유지하려면, 결국 1~3학년의 교과시간이 늘어날 수 밖에 없다.
이는 학생들의 수업부담으로 이어진다. 엄청난 학습량과 연 이은 시험에 ‘번아웃’ 현상을 보이기도 한다.
때문에 ‘수의과대학 교수진에게는 책임시수를 적용하지 않아야 교육개편이 가능하다’는 점에 공감대가 모인다.
구체적으로는 의과대학의 방법론을 적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의과대학에서는 소속 교수에게 책임시수에 따른 불이익을 없애거나, 부속병원 진료시간을 강의시간으로 인정하고 있다.
이 같은 제도가 같은 ‘의학계열’인 수의대에도 해당되어야 한다는 것. 이미 강원대, 서울대, 제주대 등 일부 수의과대학은 책임시수를 적용받지 않고 있다.
한 수의대 교수는 “책임시수를 적용하는 타 수의과대학의 사례가 안 좋은 예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며 10개 대학이 공통적으로 책임시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흥식 한국수의학교육인증원장은 “책임시수는 각 대학 총장의 재량사항”이라며 각 대학의 대응 필요성을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