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토론회] 살처분 지연에 확산 못 막아‥군병력 투입 불가피
정부 컨트롤타워 부재 지적..”생화학 부대라도 가동해야” 성토
한국가금수의사회가 22일 라온컨벤션에서 토론회를 열고 현행 고병원성 AI 방역의 문제점을 되짚었다.
이날 토론회에 모인 각계 가금수의사들은 살처분 지연 문제의 심각성에 공감하며 군병력 즉시 투입 등 특단의 조처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인력 없어 일주일씩 살처분하는 한국, 자위대 투입해 하룻밤새 끝내는 일본
국내 고병원성 AI 방역정책의 핵심은 이동제한을 바탕으로 한 살처분이다. 발생농장에서 AI 바이러스가 증폭되어 다른 가금농장으로 퍼지기 전에 살처분하여 막는 방법이다.
AI 바이러스가 최초 감염 후 4, 5일이 지나면 농장 내 가금 전반에서 폭발적으로 증식하고, 폐사를 확인하고 신고하기 까지 소요된 시간이 이미 있는 만큼 빠른 살처분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이번 H5N6형 고병원성 AI가 대규모 산란계 농장 중심으로 발병하면서 살처분 지연 문제가 드러났다. 살처분에 참여할 용역인력을 구하지 못해 작업시작이 2~3일까지 늦춰지고, 수십만수에 이르는 대규모 살처분에는 며칠씩 소요되고 있다.
황재웅 수의사는 “현행 SOP도 AI 확인 당일 살처분을 시작해 24시간 이내로 마무리하라고 규정하고 있지만, 규모가 큰 농장에선 1주일을 넘기기 일쑤”라며 “예방적 살처분 범위를 넓히기에 앞서 살처분 자체를 빠르게 실시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강경수 수의사는 “양성 농가의 닭들이 며칠씩 대기하게 만드는 것은 살처분 방역정책의 목적을 망각한 것”이라며 “발생농장에서 바이러스가 폭증하게 놔두는 현 상황에서는 고병원성 AI가 한 달 내에 전국으로 확산될 수 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반면 우리나라와 함께 H5N6형 고병원성 AI 사태를 겪고 있는 일본의 상황은 다르다. 발생초기부터 AI 발생농가에 자위대 병력을 대거 투입, 신속한 살처분을 수행하고 있다.
양호열 수의사는 “최근 12만수 규모의 일본 가금농가에서 밤 12시경 AI 살처분 명령이 확정되자 새벽 3시에 자위대 병력 400명을 투입, 당일 저녁까지 매몰을 완료했을 정도로 신속하다”며 “자위대 병력이 닭 인형을 넣은 모형 케이지를 놓고 살처분 작업을 따로 훈련할 정도”라고 덧붙였다.
최근 홋카이도, 미야자키 등지에서 AI가 추가 발생했지만 살처분 규모는 1백만여수로 2,400만수에 달하는 우리나라에 비해서 훨씬 작다.
군병력 긴급투입 및 제도화 절실..국방부 반대에 손 놓고 있는 ‘컨트롤타워 부재’
결국 국가적 재난상황에서 신속한 살처분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군병력 투입이 불가피하다. 이날 토론회에서도 군병력 필요성에 대한 지적이 이어졌다.
하지만 정부는 국방부의 반대로 군 인력투입을 망설이고 있다. 기껏해야 제독차나 현장통제인원을 조달하는데 그치고 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군장병 부모들이 동의가 필요하다”며 반대하는 국방부에 손 놓고 있는 정부 방역행정을 두고 ‘컨트롤타워가 없다’는 비판도 나왔다.
한 가금수의사는 “AI, 구제역이 처음 발병했던 김대중 정부에서는 농림부 주무부서에 전권을 주다시피 강력히 조치해 빠른 종식을 이끌어냈지만 지금은 농림부, 검역본부, 지자체 방역담당조직 어디에도 그만한 힘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성식 경기도수의사회장은 “예전에는 군부대를 투입하거나 지자체의 다른 보직 공무원이라도 살처분 현장에 급파했는데 지금은 살처분 작업 진행을 농가 책임으로만 떠넘기고 있다”면서 “농가에게 책임과 경각심을 주는 것도 좋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며 대책을 촉구했다.
강경수 수의사는 “지금처럼 전국적으로 동시다발하는 상황에서는 생화학 부대를 동원해서라도 군병력 투입이 절실하다”며 “살처분 인력문제가 방역의 핵심과제인 만큼 동원 근거를 법에 못 박아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