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토론회] AI 백신 도입 놓고 본격 검토 서둘러야
가금수의사회 “도입 판단 앞서 효능평가 등 검토 근거 마련하자”..토론회 일각선 신중론도
H5N6형 고병원성 AI로 인한 살처분 규모가 22일 기준 2,400만여수를 넘어서는 등 피해가 커지자 AI 백신 도입을 두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백신으로 인해 AI가 상재화되고 인체감염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며 여전히 반대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방역을 보완하는 목적으로라도 긴급 사용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2일 대전 라온컨벤션에서 열린 한국가금수의사회 토론회에서 AI 백신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상재화·인체감염 우려하지만..효과 안전성 검증하는 본격 검토 나서야
정부가 AI 백신도입을 꺼리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우선 특정 혈청형의 AI 바이러스에 대한 백신을 사용한다고 해도 철새에 의해 매년 변화된 혈청형의 바이러스가 유입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제한적인 백신효과로 인한 AI 바이러스의 상재화, 그로 인한 AI 바이러스 변이 및 인체감염 우려도 함께 한다.
하지만 이날 가금수의사회는 성명을 내고 “신속한 AI 백신도입 방안을 검토하기 위해 효능시험 등을 서둘러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미 해외에서 상용화된 고병원성 AI 백신이 국내 창궐한 H5N6형 AI에 효과가 있다면, 빠른 활용을 검토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가금산업의 생존을 위협할 만큼 피해가 커진 상황에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다만 백신을 도입하더라도 구제역처럼 전두수의 전면적인 접종이 아닌, 링백신 형태로 살처분 방역과 혼합하는 방안을 주장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표정식 수의사는 상재화 우려에 대해 “중국, 동남아 등 고병원성 AI 백신 사용국은 백신으로 인해 AI가 상재화됐다기 보다는 이미 상재화된 상태에서 AI 백신을 도입한 것”이라며 “백신 공급이나 접종 후 관리 등이 미흡한 해당국들과 우리나라는 상황이 다르다”고 말했다.
류영수 건국대 교수는 고병원성 AI 백신을 신속히 개발할 수 있는 연구결과를 소개해 주목을 받았다.
미국 국토방위성과 함께 연구 중인 류 교수는 뉴캐슬병 바이러스에 고병원성 AI 유전자를 삽입하는 방법으로 백신주를 확보했다. H5N1, H7N9, H5N2 등 고병원성 AI 바이러스를 대상으로 닭에서 실시한 공격접종 실험 결과, 바이러스 감염과 배출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류 교수는 “미국 H5N2형 AI 사태 당시 백신 종독주 확보를 시도해보니 빠르면 4, 5주면 가능했다”며 “백신접종으로 AI 바이러스의 감염과 배출을 막을 수 있다면 돌연변이를 가속화할 위험은 없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토론회 일각선 AI 백신 도입 신중론도
모인필 충북대 교수는 “AI 백신은 대량접종이 용이하면서 충분한 방어력을 보이고, 백신접종축과 감염축의 구분이 가능해야(DIVA) 하는 등 다양한 요건을 고려해야 한다”며 “아직까지 이를 모두 만족하는 H5N6형 고병원성 AI용 백신은 없다”고 신중론을 폈다.
검역본부도 H5N6형 백신 종독주를 확보했지만 효능과 안전성 평가를 숙제로 남겼고, 중국에서 사용 중인 AI 백신도 접종축의 AI 감염 후 바이러스 배출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전북지역에서 활동 중인 한 임상수의사는 “백신접종은 일단 시작하면 사후관리가 힘들고, 완전한 청정화를 달성하기 어려워진다”며 “한시적인 링백신은 몰라도 전면적인 백신접종에는 반대한다”고 말했다.
양호열 수의사는 “링백신에 필요한 차단방역이 전제되지 않으면 링백신으로 시작했다가 전면 접종, 상재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밖에도 백신이 한 번 도입되면 자칫 농가들이 백신만능주의에 빠져 방역을 소홀히 하거나, 구제역 백신과 같은 효능 논란에 휩싸일 우려도 제기됐다.
아비아젠 홍영호 수의사는 “백신도입에 대한 찬반을 떠나 지금처럼 심각한 피해가 발생하는 상황에 대비해 AI 발생초기 백신 종독주 확보나 비상백신 비축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