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소동물심장학 학술교류의 중심 ICVS’16/이준석 수의사 <上>

소동물 심장학 관련 최신 임상시험 연구결과 업데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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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DVM, MS, PhD,

현) VIP동물의료센터 내과과장

전) 일본동물선진의료연구소 수석연구원

jlee7999@gmail.com

International Cardiology Veterinary Symposium (이하 ICVS) 는 소동물 심장학을 주제로 4년에 한 번 개최되는 대규모 국제 학술대회 입니다. 2004년 파리 개최 이후, 올해로 4회에 이르고 있는 ICVS는 소동물 심장질환의 생리 / 병리적 기초연구에서부터 대규모 다기관 임상시험에 이르기 까지 다방면에 걸쳐 전세계 최신 연구결과 발표와 그에 관한 토론을 접할 수 있는 학술교류의 장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이번 ICVS에서의 화두는 비보상성 심부전 단계에서 일반적으로 처방하던 pimobendan을 보상성 (무증상) 심부전 단계에서부터 조기 적용했을 때의 효능을 평가한 EPIC clinical study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EPIC study외에 현재까지 진행되어 온 임상시험의 소개 및 새롭게 밝혀졌거나 정립되어가고 있는 연구들에 대한 고찰 등, 매우 다채롭고 흥미로운 주제들로 구성 되었습니다.

본 원고에서 ICVS ’16에서 다뤄진 모든 내용들을 세세히 기술하기는 어렵겠으나, 임상과 연구를 아우르는 소동물심장학의 추세에 초점을 맞춰 간략히 요약해 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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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현재 진행 중인 임상시험 최신 업데이트

Comparative investigation into an extension of survival time benefits of Vasotop○R in Addition to Lasix○R and Vetmedin○R in canine Endocardiosis (VALVE) clinical study

일명 VALVE study 라고 하는 임상시험이 2015년에 종료되었고 그 예비결과가 이번 ICVS에서 발표되었습니다. 최종 결과는 2017년도 미국수의내과학회 (ACVIM) 에서 발표될 예정입니다.

VALVE study는 다기관, 단일 맹검, 무작위, 전향적 연구 (Prospective, single-blinded, randomized controlled multicenter trial) 로써 심부전에서 furosemide와 pimobendan 두 가지 약제를 사용한 경우와 angiotensin-converting enzyme inhibitor (ACEi) 를 추가하여 총 세 가지의 약제를 사용한 경우를 비교평가한 연구 (By Gerhard Wess) 입니다.

Ramipril (0.25-1.0 mg/kg daily) 이 임상시험 약제로 사용되었으며 1차 유효성평가변수 (End-point) 로 심장질환에 의한 사망, 안락사 및 치료실패 (지속적 호흡곤란, 복수, 심한 심원성 악액질, 심한 운동불내성) 의 세 가지 변수가 선택되었습니다. 임상시험 시작 전 모집된 대조군 (n=77) 과 시험군 (n=79) 간 품고사항과 심초음파 측정값이 예비결과로 발표 되었으며, 각 군간 유의한 차이는 없었습니다.

 
ACEi는 임상단계의 심부전 치료에 빠질 수 없는 약제라 할 수 있습니다.

인의학 기준으로 ACEi는 심부전 치료에 권장 / 지시되고 있으나, 원발성 판막질환에 국한해서는 충분한 학술적 근거가 확보되지 않았으며 고혈압, 심근경색, 비보상성 심부전 이외의 경우, ACEi 효과는 아직 의문점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수의학의 경우에는 개의 이첨판폐쇄부전증 (Myxomatous mitral valve degeneration, MMVD) 과 확장성심근증(Dilated cardiomyopathy, DCM) 을 대상으로 실시된 학술적 연구결과들 (IMPROVE study, 1995; COVE study, 1995; LIVE study, 1998; BENCH study, 1999) 을 바탕으로 ACEi 가 furosemide, pimobendan과 함께 심부전 치료 프로토콜 (Triple therapy) 의 필수 약제로 취급되고 있습니다 (ACVIM guideline, Atkins et al., 2009).

하지만, ACVIM guideline은 experts consensus (Level C scientific evidence) 에 해당하는 자료로써 ACEi가 pimobendan / furosemide와 병용 시, 실질적으로 보다 나은 임상적 개선효과가 있을지는 과학적으로 증명된 바 없습니다.

과거 ACEi의 임상시험에 pimobendan 이 포함되지 않았던 것을 상기한다면, VALVE study 를 통해 pimobendan, furosemide, ACEi를 적용하는 triple therapy 의 학술적 근거가 마련될 수 있다는 점에서 결과발표가 기다려지는 연구입니다.

 

Serotonin receptor blockers in MMVD

신경전달물질 중 하나인 Serotonin (5-hydroxytryptamine, 5-HT) 의 혈중 농도가 이첨판폐쇄부전증의 진행 및 중증도 (Severity) 와 상관관계가 있다는 근거가 최근 공식적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비정상적으로 항진된 5-HT signaling은 판막간질세포 (Valve Interstitial Cell, VIC) 를 활성화시키고, 활성화된 VIC는 판막구조물에서 세포외간질조직 (ECM) 의 재구성, TGF-β, Smooth muscle actin 등의 연쇄반응을 유발하여 판막의 점액성 변성을 초래하는 주요 병리기전 중 하나 입니다.

 
이와 같은 5-HT signaling 에 관한 일련의 연구에서는, 7종류의 5-HT receptor길항 후보물질 중에, 상기 기술한 분자수준의 연쇄반응을 강하게 억제하여 판막의 조직변성을 최소화시키고 경구투여가 가능한 물질을 선정하기 위해 후보물질들이 가진 약효 및 적합성 평가가 이루어졌습니다 (by Mark Oyama).

보고에 따르면, 해당 5-HT receptor 길항 후보물질은 개의 이첨판 VIC 세포주가 이용된 in vitro 실험 및 angiotensin II 유래 MMVD 마우스모델 실험에서 판막변성을 효율적으로 억제시킬 수 있었습니다.

따라서 5-HT receptor 길항제를 ACVIM Stage A 단계의 환자군에 적용 시, MMVD 이환을 원천적으로 예방할 수 있는지, 혹은 Stage B환자군에 적용하여 이첨판막변성의 진행을 늦추거나 이미 변성된 판막도 원상복귀가 가능한지를 평가할 수 있는 임상시험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Pimobendan in cats

개의 심부전에서 pimobendan이 생존기간의 연장 및 삶의 질 개선 등의 괄목할 만한 성과를 보여 왔으나, 심근증 (Cardiomyopathy) 이 대부분인 고양이에서도 pimobendan의 긍정적 효과가 재현될지는 그동안 여전히 미지수 였습니다.

이는 심근의 ‘수축기능부전’이 특징인 개의 판막질환과 달리, pimobendan의 강심효과가 ‘이완기능부전’을 보이는 고양이 심근증에서는 오히려 악영향을 주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었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고양이의 비대성 심근증 (Hypertrophic cardiomyopathy, HCM) 의 경우 흔히 좌심실유출로폐쇄 (LVOTO, Left ventricular outflow track obstruction)가 동반되는데 이런 경우 강심제 사용은 거의 금기시 되어 온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과거에 사용되던 강심제와는 달리 pimobendan은 강심효능 뿐만 아니라 혈관확장 (동/정맥), 항혈소판기능, 심근 이완기능 촉진 등, 심혈관계에 작용하는 다수의 긍정적인 효과가 보고된 바, 이론적으로 고양이 심근증 치료에 적용해 볼 수 있는 충분히 매력적인 약제라 할 수 있습니다.

 
ICVS ‘16에서는 상기와 같은 이론적 배경을 바탕으로 기존의 학술적 근거가 검토 되었습니다.

고양이를 대상으로 진행된 최근 약동학 / 약력학 연구결과에 따르면, pimobendan의 농도 (저농도, 0.625mg/cat; 고농도 1.25mg/cat) 에 따른 큰 차이는 없이, 개의 경우 보다 고양이에서 pimobendan의 혈장흡수가 신속하며 최대 혈중농도가 높게 나타났으나, 체내 활성물질 (O-desmethylpimobendan) 로의 대사는 개에 비해 느린 것으로 확인 되었습니다. 이와는 반대로 흡수된 pimobendan과 체내활성물질의 반감기는 개에 비해 고양이에서 짧았습니다.

즉, pimobendan의 약효가 고양이에서는 개에 비해 늦게 나타나며 약효의 지속기간이 짧을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합니다.

병행된 심근기능의 평가결과, pimobendan 투여 군에서 좌심실의 운동성이 증가했으며, 평균동맥압과 이완기 혈압이 감소 하였습니다. 그러나, 해당 결과는 스트레스를 잘 받는 고양이의 특성 때문에 표본샘플들 간, 큰 개체차이 (이벤트성 혈류역학적 변화) 가 나타났습니다. 이와 같이 표본 (n=8) 이 매우 작은 연구에서 샘플 간 편차가 큰 경우, 편향된 결과 값이 도출되었을 가능성이 있어 보이므로 추가적인 보완연구가 필요할 듯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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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헌 상 고양이에서 pimobendan의 전향적 임상시험은 진행된 바 없습니다만, 몇몇 후향연구 (표.1) 를 통해 pimobendan의 효능을 어느정도 가늠해볼 수 있습니다.

Furosemide (98%), ACEi (84%), 항혈전제 (73%) 등의 약제를 내복하고 있는 총 213두의 고양이에 pimobendan (약 0.24mg/kg PO bid)이 투약되었고 (DCM=47, HCM=69, UCM=90, 기타=15), 전반적으로 호흡곤란개선, 분당 호흡 수 감소 등의 개선효능이 있었으며, 미약하게나마 좌심방직경의 감소, FS% 증가 등과 같은 구조적 / 기능적 개선도 확인되었습니다.

모든 연구에서 부작용 사례는 거의 없었으며, 그 중 taurine에 반응이 없는 DCM 고양이를 대상으로 실시한 한 대조후향 (Controlled-retrospective) 연구에서는 pimobendan 사용군이 비사용군에 비해 생존기간이 유의하게 길게 나타났습니다 (표1).

그러나, pimobendan을 사용한 후향연구 결과만 놓고 본다면, 고양이 심부전 치료에pimobendan을 사용하지 않던 과거 연구들에서 보고된 생존기간 (194-563일 [median survival time]; Rush et al, 2002; Payne et al., 2010) 과 pimobendan을 사용했던 경우 (151~167일; 표1) 간에 차이가 없어 보이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누락되거나 부정확한 데이터, 모집단의 편중, 중구난방인 약물처방 등의 후향연구의 특성 (단점) 상, 과거의 연구들만 기준삼아 고양이 심근증에 pimobendan이 효능이 없다고 판단할 수는 어렵다고 생각됩니다.

 
최근 발표된 한 환자대조군 연구 (Case-control study) 에서 흥미로운 결과가 보고된 바 있습니다.

HCM 또는 HOCM (Hypertrophic obstructive cardiomyopathy) 에 의한 고양이 울혈성심부전 (CHF) 증례들에서 pimobendan 처방군과 비처방군 (대조군) 의 표본을 성별, 연령, 체중, 주증 등을 유사하게 짝지은 후 비교했을 때, pimobendan 을 투약했던 군에서의 생존기간이 대조군에 비해 유의하게 길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림.1; Pimobendan[n=27]: 626일 vs 대조군[n=27]: 103일, p=0.024 ).

특히, 연구표본에 포함되었던 HOCM (n=10) 증례에서도 pimobendan에 의한 부작용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요컨대, 기존의 고양이 심부전 치료프로토콜에 pimobendan을 추가하여 생존기간이 연장되었으며 우려했던 부작용은 없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HOCM 증례만 놓고 볼 때 너무 작은 표본 (n=10) 의 후향연구인 점을 고려한다면, LVOTO가 동반된 심근증에 pimobendan 이 초래할 수 있는 잠재적 부작용에 대한 안전성을 속단하기에 조금 이르다고 생각됩니다.

 
다행히도 고양이를 대상으로 pimobendan의 효능을 시험한 전향연구들이 속속 발표되고 있습니다.

한 무작위, 이중맹검, 위약대조군, 교차혼합 (Randomized, place-controlled, double-blinded cross over study) 연구 (by Jordan P. Vitt) 에서는, 임상증상을 보이지 않는 심근증의 고양이 (n=6) 와 건강한 대조군 고양이 (n=6) 에서 pimobendan이 단기적 (7-10일) 으로 심근의 수축 / 이완기능과 혈류역학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였습니다.

대부분의 고양이에서 pimobendan에 의한 부작용은 확인되지 않았으며 (구토증세 1례), 대조군 및 환자군 모두에서 혈압과 심박수 및 심방의 수축기능에는 변화가 없었습니다. 강심효과는 정상대조군에서만 일부 확인 되었으나, 심근증 환자군에서는 경미한 좌심실 이완기능이 개선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반면에, 좌심방 기능에는 양군 모두에서 차이가 없었으며, pimobendan 투약 전과 비교했을 때, 투약 후 대조군 (50%, n=3/6) 과 환자군 (25%, n=1/4) 모두에서 대동맥유출로의 폐색(Systolic anterior motion, apical or mid LV obstruction) 이 유발될 수 있음을 시사했습니다. 이는 강심효능에 따른 부수적 현상으로 생각됩니다만 이러한 폐색이 발생했던 경우에도 저혈압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다른 한 임상시험 (by John E. Rush) 에서는 심근증의 고양이를 LVOTO의 여부에 따라 두 군 (LVOTO 군 vs non-LVOTO 군) 으로 나눈 뒤 각 군에서 pimobendan의 효능을 평가하였습니다.

결론적으로 LVOTO군에서는 대조위약 보다 pimobendan을 투약받은 고양이가 대동맥유출압 증가의 이유로 조기탈락하는 저조한 결과가 도출되었습니다 (탈락률: placebo 40% vs Pimobendan 71.4%).

반대로, non-LVOTO 군에서는 pimobendan을 투약 받은 경우가 NT-proBNP, Troponin I, 호흡수 감소 등의 보다 양호한 결과를 나타냈고 Pimobendan과 위약간 보고된 부작용 여부는 유사했습니다.

요약하면, pimobendan은 고양이 심근증에서도 긍정적인 효능이 있으면서 어느 정도 안전성이 확인 되었으나, 우려했던 것과 같이 LVOTO가 병발된 심근증인 경우 오히려 심부전상태를 악화시킬 가능성이 있으므로 정확한 진단 / 평가가 반드시 선행되야 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비임상 단계의 심부전 연구와 MMVD의 임상적 추세 및 외과적 접근을 다룬 하편(바로가기)으로 이어집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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