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말 동물병원은 마사회 말 보건원 그리고 마사회 내 개업 개인 동물병원과 제주도의 개인 말 동물병원 등이 있습니다. 마사회 이외에 우리나라 내륙에서는 최초로 경기도에서 운영되는 개인 말 동물병원인 J&C 동물병원을 찾아 우리나라 실정에서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천용우 수의사님을 인터뷰해보았습니다.
Q. 로컬로 운영되는 말 동물병원 중 높은 진단 수준과 수술실을 갖춘 최초의 말 병원이라는 평가가 있다. 어떻게 이러한 성격의 동물병원을 설립하게 되셨는지 설명해 달라.
우리 제이엔씨 말 동물병원은 말 수의사 5명으로 구성된 병원이며 경주마들이 휴양을 목적으로 찾는 경기도 이천시에 위치한 송암 목장에 있다. 말들이 뛰어 다닐 수 있는 넓은 초지와 많은 입원마방들을 갖추고 있으며 관절경, DR, 초음파(번식검사용 2대/건, 근골격계 1대, 고정형 4대), 대동물용 호흡마취기, shock wave 장비, 그리고 각종 호흡기계 진단과 수술을 위한 내시경 등을 갖추고 있다. 경기도에 위치한 대다수의 승마클럽의 말들은 우리병원에서 외래진료로 치료하고 있다.
말과의 인연은 대학 재학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4학년 때에는 어떤 수의사가 될 것인지 고민하느라 잠을 이루지 못한 적이 많았다. 하지만 대동물을 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그때 우연히 미국의 루드 앤 리들 말병원(Rood and Riddle Equine Hospital)에서 익스턴십을 할 기회가 있었는데, 직접 가서 수의사들이 큰 말을 다루고 치료하는 모습이 인상 깊어서 말 수의사가 되는 것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당시 미국의 동물병원을 방문 중이시던 제이엔씨 동물병원 원장님과 인연이 닿게 되었다.
졸업 후에는 주식회사 제이콤이라는 말 복제 연구소에서 한국의 말 산업에 처음 첫발을 내딛었다. 그 후 인연을 쌓아오던 제이엔씨 원장님과 2012년부터 함께하게 되었다.
Q. 우리나라는 아직 승용마에 대한 인식이 과도기인 것 같다. 아일랜드나 기타 유럽의 국가들은 말을 애완(반려)동물로 키우는 문화가 오래되어 개인 동물병원이 발전할 수밖에 없는데, 상대적으로 개인 승용마의 내원비율은 적을 것으로 추측된다. 이에 대한 의견을 듣고 싶다.
내원하는 환축의 약 10프로가 경주마이며 대부분은 승용마이다. 내원보다는 대부분 승마장 외래진료 비율이 높은 편 이었으나 요즘에는 트레일러를 가진 승마장이나 마주들이 많아 내원비율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경주마들은 대부분 경마 후 후 2주간 휴양하는 기간을 갖는다. 마사회 마방에서 휴양하는 말도 있지만 제이엔씨 말 동물병원이 위치한 송암 목장에 보내는 말의 비율도 높다. 송암목장에서 휴양하는 말들의 여러 가지 정밀검사를 제이엔씨에서 하고 있다. 또한 제이엔씨와 오랜 기간 신뢰를 쌓아온 조교사들이 먼저 진단과 치료를 요청하는 경우도 많다.
Q. 보호자들의 말 치료에 대한 인식은 어떠한가? 보통 경주마는 수술 예후가 좋지 않으면 안락사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현재는 말에 대한 마주들의 인식이 양극화되어 있는 상태라고 볼 수 있다. 발전하는 경마와 승마산업에 힘입어 높은 진료 수준을 요구하는 마주들이 늘어나고 있고 그에 따라 수술이나 치료에 대한 욕심도 많아서 실험적인 치료까지 요구하는 경우도 많다. 줄기세포 치료-흉골에서 stem cell 채취하여 건이나 인대에 주사-나 쌍태 임신마들에 대한 ultrasound guided puncture, 동결정액을 이용한 인공수정까지 제이엔씨에서 하고 있다.
하지만 은퇴한 퇴역마나 몸값이 싼 승용마들에 경우에는 마주들의 인식 또한 저렴한 수가를 원하기 때문에 안타까운 경우도 더러 있다. 아무래도 말이 완전한 반려동물은 아니니까 비용적인 측면을 생각하다 보니 원하는 방향으로 진료를 이끌어가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수의사는 치료비를 지불하는 마주입장도 생각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마사회나 여타 동물병원과는 달리 우리는 전문적으로 말을 관리하는 분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입원마들의 보정, 먹이 급여 등으로부터 수의사가 비교적 자유롭지는 않다. 다섯 명의 수의사들이 직접 보정을 하고 치료까지 하는 경우도 있고 가끔은 목장에서 말 관리하시는 분이나 외래진료의 경우에는 말 관리에 비교적 능숙한 코치, 관리사들의 도움을 받아 진료하고 있다.
Q. 본격적으로 진료에 관한 질문을 하겠다. 병원 입장에서 가장 중점을 두고 치료, 예방하고자 하는 질병은 무엇인가?
파행을 중점적으로 진단해서 치료하려고 노력한다. 아무래도 파행 진단, 특히 후지 파행과 같은 경우에 진단이 어렵기 때문에 검사를 해도 아무것도 안 나올 때가 많아 난감하다. 더욱이 진단을 기다리는 마주들이 보고 있을 때 정확한 진단이 나오지 않을까봐 긴장될 때도 있다. 파행진단은 진단에 있어 외부에 의한 변수가 많아 진단도 힘들지만 진단이 되더라도 치료 플랜을 세우는 것과 예후 판단도 까다로운 편이다.
또한 최근 승용마에서 기생충성 뇌척수막염이 많이 보고되고 있다. 아침까지 멀쩡하다가도 갑자기 보행이상을 보이고 불안정해진다. 세타리아(Setaria)가 원인인 것으로 밝혀지고 있지만 구충제 급여가 정기적으로 되고 있지 않아 큰 문제가 되고 있다. 이에 대해 대학병원, 국가 연구소와 함께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세타리아를 비롯해 예방접종에도 신경 쓰고 있다. 상반기에는 인플루엔자와 일본뇌염을, 하반기에는 인플루엔자와 선역 백신을 하여 감염에 대해 특별히 신경 쓴다.
Q. 아무래도 관절경 수술이 가장 많을 것 같은데?
그렇다. 일 년에 큰 수술은 이십 건 이상 내원한다. 관절경 수술이 가장 많으며 내원 환축 비율은 관절경, 콜릭(산통), 호흡기계 수술 순으로 많은 편이다. 특히 콜릭 수술이 까다로움에도 불구하고 타 병원에 비해서도 가장 많은 진단과 수술을 하고 있다. 관절경도 그렇지만 사실 경주마의 호흡기계 문제가 가장 다발하고 중요하다. 하지만 수술에 있어서는 특별히 신중하려고 노력한다.
Q. 말 임상을 하며 어떤 질병이 가장 골치 아팠나?
케이스가 하나하나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리큐어라는 산통이 있는 말을 소장절제 한 적이 있다. 그 때 아직 국내에서는 소장 절제 후 살아남은 사례가 없었다. 수술 후 보름 동안 수의사 다섯 명이 돌아가면서 24시간 집중 관리 했었다.
리도카인 CRI와 집중 케어를 한지 15일 만에 드라마틱하게 리플럭스가 없어져서 정말 행복감을 느꼈다. 두 달 후 퇴원하는 날 초지에 풀어놨는데 갑자기 고통을 호소해서 재수술에 들어갔고, 소장 내 유착이 확인되어 안락사를 시행했다. 만감이 교차하던 그 당시가 아직도 기억에 많이 남는다.
또한 어미 말이 망아지를 밟아 대퇴골 골절이 일어났던 사례도 있었다. 대퇴골 골절은 수술 후에도 예후가 나빠 대부분 안락사를 하지만 실험적인 수술을 감행했다. 그 당시에는 우리나라에 말에 적합한 정형기구가 없었을 때임에도 불구하고 외부에서 빌려 와서 플레이트와 스크류를 삽입하였다. 수술 후 드라마틱하게도 10일 후에 회복하였다. 우리나라에서도 말에서는 전후무한 대퇴골 정복사례이다.
Q. 수의사님의 하루의 시작과 잠들기 전까지가 궁금하다
사실 정해진 일정은 없고 매일 매일이 다르다. 보통 아침 8시까지 출근해서 입원마 회진, 처치를 시행한다.
그 후 차를 타고 예약되어 있는 외래진료를 나가는데, 대부분 승용마들이 있는 경기도의 승마클럽들을 돌아다닌다.
케이스 수에 따라 한 클럽에서 하루를 보내는 날도 있다. 승마클럽들이 따로 떨어져 있는 경우가 많아 교통체증이 심한 경우에는 대부분 차에서 시간을 보내는 날도 있다. 하지만 외래 진료를 나가는 것은 사계절을 느낄 수 있어 좋다.
또한 말 수의사에 대한 편견과는 달리 저녁이 있는 삶을 산다. 수의사들이 마주와 관리사들에게 하는 교육의 질이 좋아짐에 따라 응급 케이스들이 줄어든 것 같다. 특히 번식철이 아닐 경우에는 집에서 가족들과 저녁을 보낼 수 있다.
Q. 말 수의사가 극한직업이라는 인식이 있다. 실제로 극한직업이라는 프로그램에 말 수의사가 출현한 적도 있는데
사실 말 수의사는 번식기가 아닐 때에는 저녁이 있는 삶을 영위할 수 있다. 그다지 “극한직업”은 아니라는 말이다. 하지만 번식기, 응급 산통 환자에 의해 항시대기를 해야 하는 직업인 것은 맞다. 또한 한 번씩 들려오는 동료 말 수의사의 사망소식이 마음이 아프다. 얼마 전에도 제주도의 동료 말 수의사 분이 뒷발에 차여서 중상을 입었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말은 순하고 침착한 동물이지만 예민하기도 해서 아픈 말들을 다루는 것은 항상 긴장을 늦추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성향 상 보호자보다는 말 자체에 집중해서 진료하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에 사람과 부딪힐 일이 적다는 것이 좋다. 또한 왕진진료가 많아 차를 타고 다니며 계절을 즐길 수 있다는 것도 말 수의사로서 누릴 수 있는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제이엔씨에서 다섯 명의 수의사가 함께 공부해가며 지식을 나누는 과정이 매우 즐겁다.
Q. 끝으로 말을 전공하거나 말 수의사가 되고자 하는 학생들에게 조언하고 싶은 점이 있다면?
말을 하고 싶다면 먼저 말 수의사를 따라 실습을 해보길 바란다. 한국에서 실습할 곳이 많다. 마사회도 실습 프로토콜이 잘 정립 되어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제주도와 경기도의 외부 동물병원들도 어느 정도 접할 기회가 많고 프로그램도 잘 되어있다.
학생 때 실습을 할 때 지식적인 측면에서 말 의학을 배우려고만 하지 말고 말 수의사들의 삶이 어떤지 체감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들의 라이프 스타일, 왕진 진료, 응급 콜, 위험성, 안정적인 삶에 대한 가치관이 나와 정말 맞을 것인가라는 생각을 반드시 해보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정도의 체험을 위해서는 마사회 실습과 제주도의 개인 말 동물병원 단기실습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학부생 시절 미국에서 실습할 때 그 당시에는 말의 어떤 관절이 어디인지도 몰랐다. 그냥 그들의 라이프 스타일이 부럽고 멋져서 말 수의사가 되고 싶었다. 그리고 그 선택에 후회 없이 이 일을 즐겁게 하고 있다.
말 수의사가 되기 위해서는 승마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편견이 있는 것 같다. 말을 잘 다루는 사람들은 승마를 한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말과 교감하는 것이다. 말을 어떻게 만져야 하는지, 어떤 방식으로 접근해야 하는지에 대해 알아두고 친숙해지는 것은 분명히 도움이 된다. 그런 의미에서 승마는 말과 교감할 기회가 많기 때문에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을 위해 꼭 승마까지 할 필요는 없다. 예를 들어 개인적으로는 진료 전에 대화를 하고 목을 가볍게 두드린다.
사실 전에는 서울대 임상로테이션에 필수적으로 제이엔씨 동물병원이 포함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아직 제이엔씨는 정해진 실습 프로토콜이 충분하지 않아 몇 주간 지속되는 실습은 힘든 상황이라고 결론을 지었다. 하지만 관심 있는 수의대 학생들이 외부 말 동물병원이 어떠한지 보기위해 하루 이틀 방문하는 것은 언제나 환영이다.
김지은 기자 mypiano1992@dailyv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