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선 수의사 AI 간이키트 사용, 문제 없나
음성이면 딜레마 빠져..신고 책임 전가 우려 `당국 신고 전제하고 써야`
최근 정부가 일선 수의사들의 인플루엔자 간이키트 사용을 허가한 가운데, 활용에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간이키트 결과가 AI 여부를 담보해주지 못하는 상황에서, 오히려 일선 수의사들이 화살을 맞는 빌미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간이키트 쓰면..신고 하기도 안 하기도 애매해진다?
10일 대전 인터시티호텔에서 열린 AI 방역업무 가금전문 수의사 양성 2차 소집교육에서는 이 같은 우려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이날 교육에 참여한 한 지자체 방역관계자는 “농가는 수의사에게 AI 의심사실을 알릴 경우 따로 방역당국에 신고할 의무가 없다”면서 수의사가 곤란한 상황에 빠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행 간이키트는 인플루엔자 여부가 판가름하기 때문에 저병원성 AI와 고병원성 AI를 구분할 수 없다.
검사키트 자체의 민감도, 샘플링, 검체의 항원량 등 다양한 요소에 의해 AI 바이러스가 있는 농장에서 ‘음성’ 결과를 도출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손영호 반석엘티씨 대표는 “(간이키트검사가) 수의사 책임문제만 일으킬까 우려된다”며 “오히려 키트검사가 ‘음성’이면 더 골치 아플 것”이라고 꼬집었다.
AI가 의심되는 농장에서 간이키트검사가 음성이면 신고를 하기도, 안하기도 애매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신고를 하자니 농가는 ‘왜 음성인데 의심신고를 하느냐’며 불만을 가질 수 있고, 신고를 안 하자니 AI가 아니라는 확신을 가질 수 없기 때문이다.
의심축을 현장에서 부검해볼 수도 있지만, AI 전파 초기의 폐사체 부검소견 만으로 AI를 감별해내기 어렵다는 한계점도 있다.
간이키트 문제를 제기한 지자체 방역관계자도 “정밀검사도 샘플링이나 검사시기에 따라 결과가 엇갈릴 수 있는 마당에, 키트는 어디까지나 보조자료”라고 선을 그었다.
키트검사도 결국 AI 의심한 것..`당국 신고 전제로 책임소재 분명히`
때문에 농가가 일선 수의사에게 간이키트검사를 요청할 경우에 대한 매뉴얼을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키트검사 결과의 한계를 분명히 전제하고, 농가도 이를 받아들인 후 검사를 실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교육 참가자는 “키트검사 해보자고 수의사를 부른 것 자체가 농가가 AI를 의심한 셈”이라며 “방역당국으로의 신고를 전제로 해야 하며 ‘어느 농가에서 AI가 의심돼 키트검사를 했다’는 사실을 당국이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