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사들 `살충제 없는 닭진드기 관리, 평시 잔류검사` 체계 잡혀야

산란계 농가 음성적인 불법 살충제 유통, 감소 추세지만..업계 자정노력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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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충제 계란 문제가 전국을 강타한 가운데 ‘이제부터라도 살충제 없는 닭진드기(와구모) 대응이 농가 전반에 자리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상대적으로 값싸고 효율적인 살충제의 유혹을 농가가 뿌리치려면 당국의 평시 단속도 강화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살충제 사용 감소 추세였다..’전수조사 적발농가 많지 않을 것’ 전망도

살충제 계란 문제가 수면위로 떠올랐지만, 정작 살충제 사용량은 예년에 비해 크게 줄었다는 것이 업계관계자들의 공통된 전언이다.

가금업계의 임상수의사 A원장은 “최근 들어 업계에 살충제를 두고 논란이 일면서 사용량은 예년에 비해 크게 줄어들고 있던 상황”이라고 말했다.

관련 업계의 수의사 B씨도 “지난해부터 일부 단속과 친환경인증 취소 사례가 나오자 농장의 농약 사용은 줄어드는 추세”라며 “올초 AI 사태로 백신관리가 미흡한 상황에서 농약 사용도 줄자 티푸스 등 진드기 관련 질병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외부기생충인 닭진드기는 밤마다 흡혈하며 산란계에 스트레스성 산란율 저하를 일으킬 뿐만 아니라 티푸스, 전염성코라이자, 대장균증 등 질병의 매개체가 되기도 한다.

A원장은 “여름철 진드기 문제로 농약을 많이 쓴 일부 농가는 문제가 되겠지만, 전체 조사대상에서 살충제가 나오는 비율은 높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다른 가금 임상수의사 C원장도 “예전에는 많이 써서 생기는 내성이 문제가 될 정도였지만, 최근에는 친환경 대체제를 활용하는 농가가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농가끼리 연락처 돌리는 일부 불법농약 유통은 여전

하지만 음성적인 불법 농약성분 유통이 여전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성분도 알 수 없는 살충제가 ‘말통 당 수십만원’ 형태로 유통되는데, ‘효과를 봤다’는 사연이 퍼지면 농장끼리 암암리에 공급처를 공유한다는 것이다.

기존에 사용하던 약품들의 내성이 심각하다는 점도 요인이다.

종합적으로 예방하기 보다는 닭진드기 문제가 심각해지면 당장 닭이 있어도 살충제를 뿌리는 식으로 대응하는 농가가 많았고, 주먹구구식으로 이약 저약 쓰다보니 내성문제도 커졌다는 것이다.

A원장은 “이번에 문제가 된 피프로닐(Fipronil) 성분은 아주 효율적으로 진드기를 방제한다”며 진드기로 고생하는 농가로서는 유혹에 시달릴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살충제가 친환경적인 방제책에 비해 간편하고 값싸고 당장의 박멸효과도 좋다는 얘기다.

피프로닐 성분은 닭에게 뿌려 흡수되면 3~4주는 체내에 남아 흡혈하는 진드기를 죽인다. 한창 더운 시기 진드기가 7~10일 주기로 번식과 성숙을 반복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농장 내에서 아예 진드기를 박멸할 수도 있다.

A원장은 “효과가 좋다고 해서 닭에 사용이 금지된 농약성분들까지 닭이 있는 농장 안에 뿌리던 행태는 잘못”이라며 “업계 차원의 자정노력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대안은? 모니터링 기반 예방관리..’평시 단속예찰 전제돼야’

진드기 문제는 산란계 농가의 생산성을 위협하는 주요 사안으로 자리 잡았다. 대안적인 방제책이 보급되지 않고선 농가가 살충제의 유혹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A원장은 “이제는 불법 농약을 쓰려면 양계를 하지 말아야 한다”며 “농약 안 써도 진드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선을 그었다.

살충제 없이 닭진드기 문제를 해결하려면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계사 청소를 전제로 친환경제제, 물리적 방제 등을 종합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가금업계의 D 수의사는 “신규 입식 전 빈 계사를 완벽히 청소하고 소독하는 것은 기본”이라며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진드기가 확 불어나기 전 부분적인 방제프로그램을 가동하여 진드기 감염수준을 억제하는 것도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진드기도 다른 가금질병처럼 수의사에 의한 전문적인 방역관리 대상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불법적인 살충제 활용에 대한 평시 단속 필요성도 강조됐다. 최근 들어 농가의 살충제 사용이 줄어든 것도 결국 지난해부터 잔류검사가 일부나마 도입됐기 때문이라는 시각이다.

B수의사는 “살충제 없이 진드기 문제에 대응하려면 비용도 더 들고 방제효과도 부족한 경우가 많다”며 “단속을 통해 ‘살충제는 아예 제외한다’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A원장은 “철저한 검사를 통해 비양심적으로 농약을 쓰는 일부 농가를 잡아낸다면, 업계 전반적으로 살충제를 사용하지 않는 풍토가 자리 잡을 것”이라며 정부가 일시적인 전수조사에 그치지 않는 지속적인 예찰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주문했다.

윤상준 기자 ysj@dailyvet.co.kr

데일리벳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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