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식품부→환경부? ˝동물보호 주무부처 이관보다 정치권 의지가 더 중요˝

동자연·카라, 동물보호 주무부처 이관에 대한 입장 밝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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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보호 업무 주무 부처를 농림축산식품부에서 환경부로 이관해달라는 요구가 거세지는 가운데 동물자유연대와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가 이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동물보호 업무 이관에 대한 두 단체의 심도 있는 고민이 담겨 눈길을 끈다.

그간 동물보호 업무의 주무 부처를 농림축산식품부에서 환경부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거세진 것은 동물보호 담당 부처인 농식품부에 대한 불만과 아쉬움의 결과다.

동자연과 카라 역시 “그동안 농림축산식품부가 보여온 행태는 ‘동물보호업무 이관’ 요구가 나올 만큼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던 것이 분명한 사실이며 동물복지 주무부서로써 농식품부가 환골탈태하여 새로운 모습과 각오로 동물보호에 나서야 함은 당연하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런 국가적 재난에 준하는 동물과 사람들의 위기는 단순히 동물보호 주관부처 이관을 통해 극복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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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16일 개최된 동물보호 관련 주무부처 이관 촉구 기자회견)
  

“감시와 규제만으로는 큰 틀의 동물보호와 복지 향상 불가능”

동물자유연대와 카라는 “공장식 축산 동물들의 복지와 동물보호정책은 함께 가야할 사안”이라며 “이를 분리하는 순간 ‘식용개와 애완견은 다르다’는 황당한 주장처럼, 공장식 축산으로 고통 받는 동물들과 반려동물이 다르게 취급될 우려가 높다”고 평가했다.

즉, 반려동물, 수의정책, 축산, 동물보호, 방역 등 다양한 동물관련 업무를 농식품부에서 담당하는데, 이 중 동물보호 업무만을 떼어내어 환경부로 이관하자는 것은 동물복지 개선에 현실성이 없다는 것이다.

이들은 또한 “동물복지와 관련된 주요한 정책은 농림부가 수립, 집행하는데 이에 대해 환경부가 감시, 비판하는 것이 가능할지도 의문”이라고 전했다.
 

“동물보호 업무는 전문성과 실행을 위한 시설과 인력이 필요한 분야”

동물자유연대와 카라는 “세계적으로도 동물보호 업무는 농림부에서 담당하는 사례가 많다”며 “그 이유는 동물보호를 산업적으로 활용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수의영역에서 다루고자 함”이라고 전했다.

즉, 동물보호는 반려동물, 축산동물 등 동물에 대한 지식과 동물과 사람의 관계 및 건강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한 보호 관리가 필요한 전문영역이고, 동물보호와 복지의 과학적 토대를 마련할 수 있는 수의 조직이 없는 환경부가 동물보호 업무에 있어 전문성을 갖추고 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이어 “현재 (농식품부 산하)검역본부가 막강한 축산세력에 밀려 동물복지의 제 역할을 다 하지 못하는 것은 분명 아쉬운 점이나 동물복지를 보다 발전적으로 이끌고 가기 위해서는 앞으로 수의조직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환경부의 동물보호 의지가 먼저 확인되어야 한다”

동자연과 카라는 “환경부는 동물보호 업무 이관에 대해 어떠한 의지표명이나 입장도 밝히지 않고 있다. 해당 업무에 대해 의지도 없는 부처에 억지로 떠맡기는 것이 동물보호와 복지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전했다.

또한, 환경부에도 이미 고유의 동물보호 업무가 주어져 있다며 “CITES종의 수입 및 관리, 동물 전시시설의 관리, 야생생물 생태 조사 및 보호 및 관리 등이 이에 해당하고 동물원법, 야생생물법 등이 환경부 소관 하에 있다. 그렇지만 관련 사안을 살펴보면 환경부가 농림부보다 동물보호에 대해 보다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그리고 그에 대한 사례로 △동물전시시설에 대한 실질적 규제도 전혀 못 하고 선언적 의미에 그친 ‘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관한 법률’ △CITES종의 불법 반입에 대한 미온적 태도 △생태계 회복에 대한 계획 없이 구제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유해조수’ 포획 및 사살 등을 꼽았다.

 
“환경부 이관시 담당부서 부재 우려”

부처 내 동물보호 담당부서에 대한 의견도 밝혔다.

동물자유연대과 카라는 “농림축산식품부에 현재 동물보호 업무 담당부서가 과보다도 작은 팀으로 편제되어 있어 기대 역할을 못하고 있지만 환경부의 경우도 야생동물 생태 조사 및 보호 관리, 국제적멸종위기종의 수출입과 관련된 다종다양한 업무를 한, 두 명이 담당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환경부로 동물보호 업무를 이관할 경우 이를 담당할 부서가 만들어질 수 있을지, 실제 해당업무를 책임질 인력을 배치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설명했다.
 

“동물보호 강화를 위한 열쇠는 ‘국회’에 있다”

동자연과 카라는 또한 “동물보호법 개정, 제도 정비 등에 있어서 실제 진입장벽은 국회 농해수위”라며 “우리 두 단체는 민주당과 제 정당들이 국회 농해수위에 ‘동물복지’의 관점에서 진취적이며 올바른 법개정을 추진할 수 있도록 당 차원의 정책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보고 있다. 나아가 우리 두 단체는 국회 농해수위에 동물복지를 전담할 국회의원 배치를 요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주무부처가 아니라 정권차원의 전향적 동물복지 정책수립”

동자연과 카라는 “지금은 일개 부처가 아닌 정권차원의 새로운 동물복지 패러다임 수립이 필요한 시기”라며 “우리 정부조직 및 구조의 특성상 해당 업무가 어느 부처에 있느냐 보다 국가의 정책방향, 행정수반의 의지에 의해 좌우되는 경향이 있다”고 밝혔다.

즉, 동물복지 선진국으로 한걸음 더 내딛을 것인지는 문재인 대통령이 결단해야 할 사안이라는 것이다.

동자연과 카라는 이어 “지난 대선시기부터 카라와 동물자유연대는 대통령 직속의 국가동물복지특별위원회 설립과 이를 통한 동물복지정책의 수립을 줄기차게 요구해 왔고, 지난 7월 청와대 앞 기자회견을 통해서도 전면적 동물복지를 추동할 추진체 설치 및 동물보호 행정편제 강화를 요구한 바 있다”며 “우리는 문재인 정부가 핵심적 국정운영 가치로 주장하고 있는 ‘기회의 평등, 과정의 공정함, 결과의 정의로움’이 이 땅에서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동물들에게도 적용될 수 있기를 간절히 염원한다”고 마지막으로 전했다.

 
한편, 동물권단체 케어, 생명체학대방지포럼, 한국동물보호연합, 부산동물학대방지연합, 한국고양이보호협회, 전국동물보호활동가연대 등 동물보호단체와 카페, 모임 등 57개 단체는 지난 8월 16일 오전 11시 조계사역사문화박물관에서 동물보호 관련 주무부처를 농림축산식품부에서 환경부로 옮겨달라며 기자회견을 개최한 바 있다.

이학범 기자 dvmlee@dailyv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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