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선 수의사에게 주어진 AI 간이키트‥해석·신고책임 `불씨`
신고 책임소재 문제될 수 있어..`의심되면 신고해야`
경기도수의사회가 8일 수원 경기도인재개발원에서 가금수의사와 일선 공수의, 가축방역관들을 대상으로 연수교육을 실시했다.
최근 일선 임상수의사들에게 사용범위가 확대된 AI 간이진단키트를 두고 경기도 동물위생시험소가 사용법을 소개했지만, 책임소재와 안전문제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현재 사용 중인 AI 간이진단키트는 AI를 포함하는 인플루엔자 A형 검출키트다.
당초 시도 가축방역기관과 농림축산검역본부 소속 가축방역관으로 사용권한이 제한되어 있었지만, 최근 일선 동물병원 수의사와 시군 가축방역관, 농장 상시고용수의사, 계열화사업자 소속 혹은 계약 수의사로까지 범위가 확대됐다.
이날 발표에 나선 시험소 황순호 수의사는 “임상증상이 없는 개체는 정밀검사에서도 AI가 검출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며 “계군별로 졸음, 청색증 등 임상증상을 보이는 개체나 폐사체 같이 AI 감염이 의심되는 개체 5수 이상에 적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감염된 닭에서는 분변을 포함한 다양한 검체에서 두루 양성반응이 나오지만, 오리에서는 인후두 부위의 검출율이 높았다는 경험도 소개했다. 키트검사 결과를 성급히 판단하지 말고, 30분 이상 관찰할 것을 조언하기도 했다.
간이키트 ‘음성’ 믿을 수 있나..책임소재 함정 빠질까
이날 교육에 참가한 일부 수의사들은 간이키트로 촉발될 책임소재, 안전문제에 의문을 제기했다.
농장은 AI 의심돼도 수의사를 부른 것만으로 신고책임소재에서 자유로워진다. 반면 간이검사 결과를 무조건적으로 신뢰하기 어려운 수의사로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날 발표에서도 간이검사에서 음성이었던 발생농가가 추가검사에서 양성으로 전환된 케이스가 소개됐다. 부검해도 AI의 초기병변이 다른 질병과 확연히 구별되지는 않는다는 것이 일선 수의사들의 중론이다.
결국 AI 간이키트가 오히려 ‘수의사가 초기에 진단하지 못해 AI 사태가 벌어졌다’는 비난을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안전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AI 인체감염 우려에 대비하기 위해 방호복 등 방어장구를 갖추고 의심축을 다뤄야 하지만, 일선 수의사에게 키트는 있어도 방어장구는 공급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 수의사는 “인수공통감염병이 의심되는 상황에서 시설과 방어장구가 없는 현장에서 부검해보라는 안내 자체가 잘못됐다”면서 “가축전염병예방법에서 간이키트 해석과 관련한 수의사의 책임소재를 분명히 정비하지 않으면, 일선 수의사들이 범죄자로 내몰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키트 유통·사용내역 기록관리..의심되면 신고해야
AI 간이진단키트는 유통내역에 대한 기록관리를 전제로 공급된다. 판매처는 키트 구입자와 수량을 기록하는 한편, 일선 수의사는 키트 관리대장을 1년간 관리하여 방역기관이 요구할 시 제출해야 한다.
결국 간이키트 사용 자체가 질병이 의심되는 상황이라는 사실을 전제한 것이라고 풀이된다.
이은경 시험소 해외전염병팀장은 “축종이나 바이러스 병원성에 따라 (간이키트의) 민감도가 차이를 보이거나 해석이 애매한 경우가 생긴다”며 “의심되는 경우에는 방역당국에 신고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성식 경기도수의사회장은 “농가의 의심사연을 듣고 가서 검사하더라도, 방역기관에는 해당 사실을 알려야 한다”면서도 “간이키트 사용권한 확대는 대규모 AI 사태에 일선 수의사가 방역에 참여하는 상황을 고려한 부분이 있고, AI 발생초기에는 여전히 방역당국이 대응을 주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윤종웅 가금수의사회장은 “구체적인 활용방안을 두고 일선 수의사들과 정부 간에 협의가 필요하다”며 “방역에 참여하는 가금분야 수의사들에 대한 보상책도 개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윤상준 기자 ysj@dailyv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