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수의대,개교 70주년 맞아 통일수의학을 논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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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학장 우희종)이 개교 70주년을 맞아 통일수의학을 돌아봤다. 독일 베를린 자유대학 수의과대학 레오 브룬버그 학장과 신희영 서울대학교 연구부총장(의과대학 교수)을 초대해 각각 통일을 먼저 경험한 독일 수의학과 수의학보다 먼저 교류를 시작한 의학분야에서의 교훈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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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후 수의과대학 통합과정에서 어려움 겪은 독일

첫 번째 강의를 맡은 레오 브룬버그 학장은 독일 수의계와 수의학의 전반적인 시스템과 통일 후 베를린 자유대학 수의과대학과 베를린 훔볼트 대학 수의과대학이 통합되는 과정에서 겪은 어려움을 소개했다.

레오 브룬버그 학장은 10년째 베를린 자유대학 수의대 학장을 역임하고 있으며, 통일 전 자유대학은 서독에, 훔볼트 대학은 동독에 위치하고 있었다.

레오 브룬버그 학장은 “2개 대학이 합쳐지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했던 부분은 서로의 장단점을 확실하게 분석하고 상호 존중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통일 전 훔볼트 대학의 총 교직원은 214명이었고, 자유대학은 310명이었다. 연구와 교육 부분에서는 훔볼트 대학이 더 뛰어났고, 시설 및 장비 부분은 자유대학이 더 뛰어났다. 이런 분석은 독일 학술자문위원회(Wissenschaftsrat)에서 베를린에 위치한 2개 수의과대학(자유대학, 훔볼트대학)을 객관적으로 평가하여 발표한 것이다.

두 대학과 정부는 이러한 객관적인 비교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2개 캠퍼스를 가진 하나의 수의과대학을 만들기로 제휴하고, 학부과정은 자유대학에서 연구 및 교육프로그램은 훔볼트 대학에서 담당하기로 했다. 합병 기간은 총 5년으로 잡았고, 연간 200명의 신입생을 선발하기로 결정했다. 통합 이후 교수 숫자는 40~45명으로 정했다.

하지만 통합과정에서 다양한 문제점이 발생했다.

1993년 대학의 전체 교직원 수가 당초 목표(474명)를 훨씬 넘는 780명이 됐다. 통합 이후 인원 감축에 실패한 것이다. 게다가 1996년에는 예산까지 삭감되면서 당초 474명을 목표로 했던 인원이 328명까지 줄어들게 됐다. 레오 브룬버그 학장은 이런 과정들을 보면서 “정치인들에 대한 신뢰가 무너졌다. 한국에서도 통일 이후 수의대 통합이 논의되면 정치인을 믿지 말라”고 말했다.

2002년에 다시 한 번 예산이 줄어들어 교직원 수는 307명으로 감소하고 말았다.

현재 독일 자유대학 수의과대학은 매년 180명의 신입생이 입학하고 있으며, 11학기 이후 시험을 봐서 수의사 면허를 발급하고 있다.

레오 브룬버그 학장은 “통일 후 독일 수의대 통합 과정에서 겪은 어려움은 언젠가 한국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준비가 필요하다”며 “양 기관의 교육프로그램, 커리큘럼, 연구능력을 객관적으로 분석·평가하고, 통합위원회 구성시 양 대학에서 공평하게 인력을 구성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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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 브룬버그 학장

독일 통일 때 서독-동독간 격차보다 훨씬 큰 격차 벌어진 남-북

서울대 의과대학, 통일의학센터 설립해 보건의료 분야 남-북 차이 좁히기 위해 노력 중

두 번째 발제를 맡은 신희영 서울대 연구부총장은 “독일 통일 당시 서독 대 동독 인구차이가 4배, GDP차이가 5배였는데 수준을 맞추는 데 20년이 걸렸고 엄청난 예산이 투입됐다. 현재 남북은 인구차이 2배, GDP차이는 20배”라고 말했다. 그만큼 독일 통일 당시보다 현재 남북의 격차가 훨씬 벌어졌고, 통일 후 겪을 어려움도 클 수 있다는 것이다.

신희영 부총장은 2002년부터 북한과 의료 교류를 해왔고, 5년 전 서울대학교 통일의학센터를 건립 후 소장으로 활약 중이다.

통일의학센터에서는 일반인 대상의 통일의학 강좌 진행, 통일보건의료리더쉽(통보리) 아카데미 운영 등을 진행하고 있으며, 서울대 의예과에는 통일의료 강의까지 개설되어 있다. 올해에는 ‘통일 의료-남북한 보건의료 협력과 통합’이라는 교과서도 출간됐다. 

현재는 남북관계 냉각으로 교류가 많이 줄었지만, 우리나라의 도움으로 북한에 병원 4개(서울대학교어린이병원, 평양 어깨동무 어린이병원, 장교리 인민병원, 평양의학대학병원 어깨동무소아병원)가 설립된 바 있다.

의료계에서는 병원설립 뿐만 아니라, 통일 이후 계획도 어느정도 세워져 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의 11개 국립 의과대학이 통일 이후 북한의 11개 의과대학을 각각 한 개씩 담당하는 식이다.

신희영 부총장은 “2000년대 초반 의료교류가 시작됐을 때 북한의 의료는 붕괴되어 있었다”며 “우리나라 1980년대 세균성 질병이 북한에는 여전히 많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에서 이미 발생이 거의 없는 장티푸스, 결핵 등의 질병이 북한에는 여전히 많은 상황인데, 이런 상황에서 갑자기 통일이 되면 우리나라 어린이들은 세균성 질환에 그대로 노출되고 면역이 없어 큰 피해를 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부터 투자를 하고 북한의 의료 수준을 높여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통일 수의학 분야에 조언도 전했다.

신희영 부총장은 “북한에는 반려동물 개념이 아직 없다”며 “북한수의학을 접근할 때는 반려동물 임상이 아니라 인수공통전염병 분야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본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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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대학교 북한축산연구소

이 날 통일 심포지엄을 개최한 서울대 수의대 우희종 학장은 “이미 의학분야에서는 통일의학센터가 설립되어 남북통일에 대비하고 북한에 지원하고 있는데, 우리 수의계에서는 그런 준비가 부족했던 것 같다”며 “정치, 외교만으로 통일을 접근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수의학 등 민간차원에서 소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개교 70주년을 맞아 통일수의학에 대한 논의를 할 수 있어서 의미가 크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이학범 기자 dvmlee@dailyvet.co.kr

데일리벳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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