둔촌주공아파트 길고양이 이주 방식,공론화 후 투표로 결정하다
동물복지표준협회, 둔촌주공 길고양이 이주대책 세미나 개최
지난해 12월 17일 개최된 동물복지 제도개선을 위한 연속토론회 제5차 토론회에서 ‘재건축·재개발 지역의 길고양이 생태이주대책’을 논의한 국회 사무처 사단법인 한국동물복지표준협회(회장 박순석·최영민, KAWA)가 이번에는 둔촌 주공아파트 길고양이 이주방법에 대한 세미나를 개최하고, 직접 투료를 통해 이주 방법을 결정했다.
“재건축 길고양이에게는 단순한 이주가 아닌 생사의 갈림길이다”
올해 6월 철거될 예정인 둔촌주공아파트는 5930세대 규모의 대규모 아파트 단지다. 이곳에 거주하는 길고양이는 지금까지 파악된 것만 250여 마리.
둔촌캣맘협의회(둔촌캣맘즈)가 수년전부터 지속적으로 TNR을 실시하고 입양을 시도하고 있지만, 철거가 수개월 앞으로 다가온 만큼 ‘길고양이를 다른 지역으로 이주’ 시키는 문제가 코앞에 닥쳤다.
이주 시킬 곳을 찾는 것도 어렵고, 이주시킨 곳의 민원도 고려해야 하며, 기존 고양이들과의 다툼도 발생할 수 있다. 또한, 이주 과정에서 스트레스, 원래 지역으로 복귀 중 로드킬 등으로 인해 죽는 고양이들이 대거 발생할 수도 있다.
길고양이 이주는 이처럼 쉽지 않은 문제다. 이런 상황에서 ‘최소한의 부작용’으로 길고양이를 이주 시키는 방법을 함께 고민하기 위해 이 날 세미나가 열린 것이다.
둔촌캣맘즈의 한 회원은 “재건축 지역 길고양이들에게 이주는 생사의 갈림길”이라며 “어려운 상황이지만 25명의 캣맘들이 모여 봉사모임 조성했으며, 이주 후에도 계속 관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미 고양이 이주 경험이 있는 고덕동의 한 캣맘은 자신의 경험을 자세하게 소개하며 “분명 길고양이 이주 과정에서 고양이들이 죽을 수도 있고, 사람들 사이에 갈등이 생길 수도 있다. 부디 시행착오를 줄이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 날 투표에 부쳐진 이주 방법은 1안)고양이 마을 조성 또는 폐교 활용(포획 이주) 2안)둔촌 1동 등 근거리로 이동(유인 이주) 3안)복합 이주(1안+2안 혼합방식) 등 3가지였다.
아예 고양이들을 포획해서 한꺼번에 새로운 장소로 옮기는 방식(포획 이주)과 밥자리를 조금씩 이동시키면서 근처 공간으로 유도하는 ‘유인 이주’ 방안, 그리고 두 가지 방안을 함께 활용하는 방안을 두고 투표가 진행된 것이다.
투표에는 ▲박순석·최영민 한국동물복지표준협회 공동대표 ▲유주연 나비야사랑해 이사장 ▲위혜진·이태형 동물복지표준협회 이사 ▲여미현 동물복지표준협회 인천지회장 ▲태주호 서울대 수의대 연구교수 등 배심원과 둔촌 캣맘들을 중심으로 한 방청객들이 참여했다.
이들은 ▲환경 적응력 ▲영역다툼의 회피 ▲이주의 용이성 ▲고양이 안전 등 4개의 기준을 가지고 투표를 진행했으며, 투표 결과 ‘복합적 이주’ 방법이 선정됐다.
1월 28일(일)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공식 출범하는 캣 로드(Cat Road)사업단은 이번 투표 결과를 바탕으로 구체적인 이주 방식을 결정할 예정이다.
하병길 캣로드 사업단장(사단법인 한국동물복지표준협회 사무총장)은 “캣 로드 사업단은 사업 대상지역의 길고양이들에게 개체 수 조절을 위한 단순한 TNR(포획-중성화수술-방사)이 아니라 포획 후, 기본 검진을 실시하고 마이크로칩 및 GPS를 부착하여 길고양이들의 이주 이후에도 이들의 생존여부나 이동 반경, 활동 등을 모니터링 할 수 있도록 TTVARM (Trap-Test-Vax-Alter-Return-Monitors) 방식을 도입할 것”이라며 “이주 고양이들의 건강 상태를 면밀히 체크하고 인수공통전염병의 우려가 의심되는 경우는 역학조사를 실시하는 등 공중보건위생상의 문제도 포괄적으로 다루는 방향으로 사업을 펼치겠다”고 말했다.
이학범 기자 dvmlee@dailyv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