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광견병 일제접종 초유의 동원령 사태‥비용 지급은 없다?
부산 남구 등 일부 지자체에 수의사 동원령 발동..`비용은 접종비로 갈음` 논란
부산광역시가 봄철 광견병 일제접종사업을 위해 부산시내 동물병원 수의사들을 대상으로 강제 동원령을 발동했다.
지자체와 수의사회의 협조 아래 이뤄지던 광견병 예방접종이 강대강 국면을 맞이한 가운데, 동원령 발동에 따른 비용 지급은 따로 없을 전망인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예고된다.
접종 수수료 인상문제 놓고 시각차..시청·수의사회 갈등 커지며 강제력 동원
부산광역시 남구청은 16일 부산광역시수의사회를 대상으로 ‘2018년 상반기 광견병 예방접종 실시 고시’를 발표했다. 수의사법 제30조에 의거한 수의사 동원명령을 발동하면서 ‘위반 시 불이익처분(과태료, 동물진료업 정지)됨’을 명시했다.
수의사가 동원령을 위반할 경우 최소 1개월의 업무정지 처분을 받을 수 있다. 동물병원 문을 닫아야 하는 두려운 처벌이다.
부산시수의사회와 지자체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해까지만 해도 별도의 동원령 없이 부산시내 각 구청과 분회수의사회의 협조 아래 광견병 일제접종사업이 진행됐다.
갑자기 올 상반기부터 동원령이 내려온 것은 시청과 수의사회의 갈등에 의한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천병훈 부산시수의사회장은 “수의사에게 주어지는 일제접종 수수료가 너무 낮다는 문제를 제기한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부산시내 광견병 일제접종으로 수의사가 받는 금액은 두당 5천원(보호자 납부 3천원 + 지자체 보조 2천원)에 그친다. 인수공통감염병 예방을 위한 정부 정책에 협조하는 측면이 있긴 하지만, 2~3만원대인 타 질병 예방접종비와 차이가 너무 크다는 것이다.
지난달 부산시수의사회는 일반적인 접종비의 절반 수준인 두당 1만원선으로의 인상을 요구하면서 ‘요구가 반영되지 않으면 광견병 사업참여가 어렵다’는 내용을 담은 공문을 부산시청에 발송했다.
반면 부산시청은 수수료 인상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농식품부를 중심으로 전국적으로 시행되는 정책인데 서울, 광주 등 타 지역의 광견병 일제접종 수수료도 대부분 5천원선인 상황에서 부산만 올리기 어렵다는 것이다.
게다가 최근 부산시내 TNR 계약을 둘러싸고 시청과 수의사회 간의 갈등이 격화되면서 사업 협조는 더욱 어려워졌다.
결국 부산시청은 수의사법 제30조에 의거한 동원령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일제접종에 협조할 수 없다는 수의사들을 지자체가 강제로 끌어내는 셈이다.
강제 동원하면서 돈은 안 준다? 논란 예고
하지만 동원령에 따른 별도의 비용 지급은 없을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예고된다. 수의사법 상 동원령이 발동될 때는 해당 비용을 지급하도록 규정되어 있는데도 불구하고, 기존의 접종 수수료만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부산시청 관계자는 “광견병 일제접종 수수료 두당 5천원에는 가축전염병예방법상 소요되는 인건비가 포함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동원령 하에서도 인건비가 포함된 접종 수수료를 받는 만큼, 동원되는 수의사에 대한 비용(인건비)을 따로 지급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 같은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수의사법 제30조가 수의사를 동원(지도와 명령)할 경우 그 비용을 지급하여야 한다고 분명히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지급액도 공무원 보수규정과 여비규정에 비추어 계산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365일을 기준으로 일할계산하면 약 16만원 선이다(주간 8시간 근무 기준).
또한 기존의 광견병 일제접종은 동물병원 수의사가 원하지 않으면 참여하지 않아도 문제가 없었지만, ‘거부할 수 없는 동원령’을 내려놓고 그에 따른 비용을 지불하지 않겠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천병훈 부산시수의사회장은 “적법한 동원명령은 따른다”면서도 “법에 규정된 합당한 비용이 지급되는 것은 반드시 지켜져야 할 전제조건”이라고 선을 그었다.
부산시청 관계자는 “정부 주무부처의 의견을 확인해 (별도 비용지급이) 필요할 경우 조정하겠다”고 전했다.
동원령 문구는 삭제한다지만..강제력 여부는 아직 미지수
부산시청 관계자는 “현재는 수의사회와 협의를 거쳐 시행지침 문구를 일부 수정했다”고 덧붙였다.
당초 동원령을 따로 고시했던 것을 ‘수의사법 제30조에 의거해 일제접종사업을 실시한다’는 취지로 완화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완화된 문구 하에서 일선 동물병원이 광견병 일제접종을 거부할 수 있느냐”는 본지 질문에는 정확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강제력이 살아 있다면 표현이야 어찌됐든 동원령이 내려진 셈이다.
부산시수의사회는 오늘(27일) 이사회를 열고 광견병 일제접종 문제를 포함한 현안 대응방안을 논의할 방침이다.
윤상준 기자 ysj@dailyv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