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차 남북정상회담이 4월 27일(금) 판문점에서 개최됐다. 이날 발표된 판문점 선언에 ‘각계각층의 다방면적 교류·협력 활성화’가 담기면서, 남북의 수의학 교류 재개 가능성이 언급된다.
우리나라 수의계는 2000년대, 당시 대한수의사회장이던 이길재 회장의 건의를 현대그룹이 받아들여 시작된 ‘통일농수산협력사업’에 참여한 바 있다. 수의사, 사료회사, 종돈회사 등이 협력하여 금강산 지역에 3개·개성공단 지역에 1개의 양돈장을 건설하고, 양돈사업팀 소속 수의사들이 한 달에 한 번씩 북한의 양돈장을 방문하여 점검·지도했다.
평양에도 대규모 양돈장 건설이 추진됐으나 2010년 이후 남북관계가 냉각되며 모든 논의가 중단됐다.
이번 제3차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남북 간의 교류가 다시 시작되면, 수의분야 교류도 재개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에 데일리벳에서 ‘건국대 북한축산연구소’, ‘(사)통일농수산사업단’ 자료와 ‘북한의 수의방역 현황(KDI-한국개발연구원), ‘북한축산의 잠재력과 납북협력을 통한 북한축산의 발전방향(한국국제농업개발학회)’, 탈북 수의사 자료 등을 바탕으로 ‘북한 수의학 특집’ 시리즈를 연이어 게재한다.
①북한 수의대 및 수의방역조직(기사 – 평성수의축산대학, 연간 300명 수의사 배출)에 이어 이번에는 북한의 수의축산현황을 소개한다.
(제3차 남북정상회담 사진 – 청와대 제공)
“북한에는 반려동물 개념이 아직 없다. 북한수의학을 접근할 때는 반려동물 임상이 아니라 인수공통전염병 분야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본다”
신희영 서울대학교 통일의학센터 소장(사진)이 지난해 10월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개교 70주년 기념 통일심포지엄’에서 한 말이다.
이처럼 북한에는 아직 반려동물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다.
“탈북한 뒤 반려동물이라는 말 처음 들어봐…개에게 옷 입히는 남한 모습 보여주고 ‘썩고 병든 자본주의 사회’라고 선전”
평성수의축산대학을 졸업하고 수의축산과 공무원으로 근무하다가 2011년 탈북한 북한 수의사 조현(가명)씨도 서울대 수의대 통일심포지엄에 연자로 나섰다.
조 씨에 따르면, 북한에는 애완동물이라는 말은 있지만 반려동물이라는 말 자체가 없기 때문에 탈북한 뒤 우리나라에서 ‘반려동물’이라는 말을 처음 들었다고 한다. 또한, 개를 가족처럼 기르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모습에 깜짝 놀랐다고 덧붙였다.
조 씨는 “북한에서는 개에게 옷을 입히는 남한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썩고 병든 자본주의 사회’라고 선전한다”고 전했다.
토끼, 북한이 우리나라보다 80배 많다
북한은 국가가 운영하는 국영농장과 협동농장만이 가축을 소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주민들이 집에서 가축을 기르는 경우가 많다. 집 안에서 토끼, 양, 염소를 많이 기르고 심지어 돼지도 키운다.
개를 기르는 집도 많은데, 반려동물이 아닌 고기용으로 기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개를 5년 이상 기르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것이 탈북 수의사의 증언이다. 그 전에 잡아먹기 때문이다.
1990년대 극심한 경제난 겪으면서 각 가정에서 가축 키우도록 유도
‘인민군대 염소기르기 운동’, ‘풀을 고기로 바꾸자’ 집짐승 기르기 캠페인 펼쳐
이처럼 북한 주민들이 가축을 본격적으로 집에서 사육하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부터다. 당시 극심한 경제난이 생기자 북한은 ‘집짐승 기르기 운동’, ‘인민군대 염소기르기 운동’을 대대적으로 펼친다.
일반 가정에 고기 생산량을 할당하고, 그 이상으로 생산할 경우 개인이 고기를 가질 수 있도록 했다. 예를 들어, 고기 생산 할당량이 20kg이고, 23kg의 고기를 생산했다면 20kg 고기는 당에 내고 3kg의 고기는 개인이 소비할 수 있는 것이다.
건국대 북한축산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이런 캠페인의 결과, 1995년 300만 마리에 불과하던 토끼 숫자가 2017년 3천만 마리까지 증가한다. “풀을 고기로 바꾸자”라는 문구 아래 양, 염소, 토끼 등 초식동물 사육 숫자가 비약적으로 증가했다.
소, 돼지, 닭은 우리나라가 북한보다 4배~6배 정도 많지만, 토끼는 북한이 우리나라보다 80배 이상 많고, 양과 염소도 각각 55배, 15배 많다.
물론 전체 가축 수는 우리나라가 더 많다.
1990년대 가축사육두수 최저점 찍고 상승국면…하지만 여전히 낮은 편
심각한 경제침체 현상이 계속되면서 북한의 가축사육 두수도 1990년대에 최저점을 기록한다.
1970년대 우리나라보다 많았던 ‘1인당 육류 소비량’도 1999년에는 우리나라의 1/12 수준으로 감소한다.
이 기간 북한 국민 1인당 연간 육류 소비량은 6.3kg(1970년)에서 2.5kg(1999년)으로 감소한다. 같은 기간 우리나라는 5.2kg(1970년)에서 30.5kg(1999년)으로 소비량이 6배 증가했다.
1인당 평균 우유 소비량은 1999년 기준, 우리나라가 북한의 98배에 이를 정도로 엄청난 격차를 보였다.
1990년대 극심한 경제난을 겪은 이후 2000년대 들어서면서 고기 생산요구가 증대됐다. 또한, 개인 가정 중심으로 초식가축 축산이 꽤 발전하면서 축산물 소비량도 다시 증가했지만, 여전히 우리나라보다는 턱없이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