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남북 수의교류 사업에서 어떤 교훈을 얻어야 하나
오용관 수의사, 남북협력사업의 나아갈 방향 제시
우리나라 수의계는 2000년대 통일농수산협력사업에 참여한 바 있다. 당시 수의사, 사료회사, 종돈회사 등이 협력하여 금강산 지역에 3개·개성공단 지역에 1개의 양돈장을 건설하고, 양돈사업팀 소속 수의사들이 한 달에 한 번씩 북한의 양돈장을 방문하여 점검·지도했다. 또한, 평양에도 대규모 양돈장 건설이 추진됐으나 2010년 이후 남북관계가 냉각되며 모든 논의가 중단됐다.
최근 남북협력에 대한 관심이 커지며, 남북한 수의교류 재개 전망이 흘러나온다. (사)통일농수산사업단도 여전히 살아있는 조직이다.
6월 5일(화) 양돈전문 온라인 미디어 ‘돼지와 사람’이 주최한 ‘남북의 양돈협력 방안과 정책포럼’에서 ‘과거 남북 양돈협력사업의 교훈’을 주제로 발표한 오용관 수의사를 통해, 과거 남북 양돈협력사업이 주는 교훈을 알아본다.
“북한에서 축산을 하는 것이 꿈”이라는 오용관 수의사는 (사)통일농수산사업단 양돈사업팀 소속으로 북한을 여러 차례 방문했었으며, 현재 (사)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 비상임이사로 활동 중이다.
과거 남북협력사업, 어떻게 진행되었나
2003년부터 민간 차원의 사료 지원은 있었지만, 본격적인 수의학 교류는 (사)통일농수산사업단 양돈사업팀이 진행한 ‘양돈장 협력사업’으로 시작됐다.
사업단은 2005년부터 금강산 지역 3곳에 양돈장(성북리 양돈장, 금천리 양돈장, 삼일포리 양돈장)을 신축하고, 그 이후 양돈장 직원 교육 및 컨설팅을 진행했다. 사업단은 10만두 사육 규모 양돈기지 조성을 1단계 목표로 협력사업을 계속 진행하였으나 이후 남북관계가 나빠지면서 모든 교류가 끊기고 사업 진행도 멈췄다. 평양에는 결국 공동 양돈장이 건립되지 못했다.
“금강산 지역 3개 양돈장 소식은 2009년 이후 알 수 없게 되었다. 돼지들은 몇 마리나 남아있는지, 양돈장은 잘 관리되는지 전혀 알 수 없다”며 오용관 이사는 아쉬움을 드러냈다.
“북한은 수복해야 할 땅이 아닌 다른 나라” 협력에 앞서 북한에 대한 이해 필요
오용관 이사는 ‘환상지(幻像肢)’를 예로 들며 북한과 우리나라는 서로 다른 나라임을 강조했다.
우리가 잃어버린 손에 대해 환각을 느낀다고 해서 그 손이 실제로 존재하는 것은 아닌 것처럼 “북한은 언젠가 수복해야 할 땅이 아니며 우리는 북한이 원하는 것이 정확히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즉, 북한을 단순히 투자와 기회의 땅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다른 체계와 문화를 가진 나라라고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용관 이사는 “남북한 교류가 끊기면서 그들이 원하는 것을 들을 기회를 잃었다”며 “다시 교류가 시작된다면, 서로 다른 문화를 가지고 있으므로 협력사업을 추진할 때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협력사업에 앞서 “남북 간 검역기준, 공동방역체계 마련 중요”
‘돼지와 사람’ 이득흔 편집국장은 협력사업에 앞서 먼저 준비해야 할 것이 있다고 강조했다.
인구절벽으로 인해 양돈분야 시장 확대가 어려운 우리나라와 달리 북한은 양돈분야의 블루오션이 될 수 있지만, 그전에 체제의 정비가 필요하다는 것.
이득흔 편집국장은 “남북한 협력사업을 위해 남북 간의 검역기준을 마련하고, 남북 간 공동방역체계가 수립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의 기후에 맞는 독자적인 표준 돈사 및 양돈 기술도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범 축산 또는 통일한돈 남북협력기구의 설립이 필요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