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병원성 AI 예방적 살처분을 거부한 익산의 동물복지인증 산란계농장(참사랑농장)이 익산시를 대상으로 제기한 ‘살처분 명령 취소’ 소송 1심 판결이 나왔다.
전주지방법원 제2행정부는 5월 31일 “동물복지 인증농장이라도 방역조치에 예외가 될 수 없다”며 원고의 살처분 명령 취소 청구를 기각했다.
참사랑농장의 변론을 돕고 있는 동물보호단체와 변호사단체는 “역학조사 없이 기계적 살처분에 의존하는 방역은 크게 잘못된 것”이라며 “익산시는 참사랑농장이 발병농가 반경 3km안 보호구역이라는 사실 말고는 이렇다 할 역학조사 자료 한 장 못 내놓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재판부는 ▲발병농가 주변 가금사육현황 ▲2017년 2월 20일 이전으로 추정된 최초 발병시기 ▲최초 발병농가 주변에서 철새가 목격되고 야생조수류 분변을 확인했다는 야생조수류 서식실태 ▲감염된 철새 분변이 농장 출입차량·사람 등에 의해 농장으로 유입된 것으로 보인다는 추정 발생원인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예방적살처분 명령이 내려졌다며 “원고의 농장에 대하여 한 살처분 명령을 할 수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시했다.
원고 측은 또한 “동물복지인증을 받은 농장이므로 보호지역의 다른 농장보다 AI 발병가능성이 낮다”는 취지로도 주장했으나, 법원은 “AI는 사람, 조류, 차량 등을 통한 접촉에 의하여 발병하는 점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처분 당시 원고의 사육형태와 같은 농장의 경우에만 예방조치를 달리할 수 있다는 충분한 근거가 없다”며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즉, 동물복지 인증농장이라 하더라도 예방적 살처분의 예외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검역본부 역학조사위원회(AI 분과위) 자료에 따르면, 2016/2017년 고병원성 AI와 관련하여 총 693개 농가를 대상으로 예방적 살처분이 진행됐다. 그리고 그중 207개 농장에서 AI 양성이 확인됐다. 예방적 살처분 농가 중 30%에서 실제 AI 감염이 있었던 것이다.
또한, 당시 92곳의 동물복지 인증 산란계 농장 중에서도 1곳에서 고병원성 AI가 발생하며, 동물복지 농장에서도 고병원성 AI가 발생할 수 있음이 입증됐다.
결국, 참사랑농장이 동물복지 인증농장이고, AI 감염 검사에서 음성 결과를 받았다 하더라도 정부의 살처분 명령을 거부한 것은 분명 잘못된 행동이다.
가축전염병예방법 제56조에 의거, 살처분명령을 위반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된다. 고병원성 AI 같은 국가재난형 가축질병이 국가 전체에 끼치는 피해가 크고, 방역이 중요하기 때문에 살처분 명령 위반에 대한 처벌도 강력한 것이다.
단, 이번 사건을 계기로 동물복지농장 인증제도가 위축되는 일은 없어야겠다. 동물복지 농장 인증제도는 농장동물의 복지를 위해 지향해야 할 방향이기 때문이다.